하지만, 여야 합의로 내년에 만들기로 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둘러싸고 전월세 급등의 부작용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에 따른 단기간 집값 급등과 서울 강남권 등에 지나치게 집중된 듯한 혜택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주요 내용은 분양가상한제를 민간 택지에 한해 탄력 적용하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유예를 2017년까지 연장한다는 게 골자다.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시 획일적인 가격 산정 체계에서 벗어나 수요자의 다양한 기호에 맞는 양질의 주택건설 공급 활성화가 기대된다. 또 재개발·재건축사업 경우 조합원 부담이 완화돼 사업이 촉진될 전망이다. 국토부가 서울의 4개 재건축 사업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분양가상한제 폐지 시 조합원 부담금은 평균 9.7% 줄었다.
집값 상승은 분양가상한제 완화로 예상되는 부작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다양한 평면이나 기술혁신, 아파트 공급 증가 등이 기대되지만 가격이 단기간에 오르는 것도 불가피해 보인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유예 대상이 되는 단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562개 재건축사업 중 347개 구역 18만4000가구로 조사됐다. 또 이 가운데 초과이익이 3000만원 이상 발생해 직접 혜택을 보는 단지는 62개 구역, 4만가구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이후 움직임이 활발해진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부터 사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유예는 강남 3개 구에 집중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재건축이 활성화되면 기존 주택 시장 전체로 온기가 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가 관련 법을 개정해 내년 2월쯤 새로 만들기로 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은 새로운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여야 합의문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적정 임대료 산정 및 조사’ 기능을 갖는다. 임대료 강제 조정 등의 권한은 없는 단순 상담창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월세 보증금 지원센터와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하느냐도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다. 사적인 일에 지나치게 정부가 개입할 경우 사유재산 침해 논란과 집주인들의 반발에 따른 임대차 거부 사태도 촉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영국처럼 사회적 합의에 의한 강력한 법적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한 이 위원회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영국은 임대료법에 따른 공정 임대료 제도를 운용한다. 이 법은 또 임대료 사정관이 공정 임대료를 산정해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임대료 사정관은 영국 감정평가청 소속 공무원이다. 공정 임대료는 일단 등록되면 해당 임대료가 재검토되거나 임대료 등록이 취소되기 전까지는 집 주인이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국회가 만든다는 위원회가 법원처럼 판결하는 것도 아니고 권고 수준이어서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보니 어떻게 구속력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권한을 어디까지 위임할 것인지가 문제지만 국가 차원의 협의 기구가 만들어졌고, 세입자의 교섭력을 높인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다만 조금만 대출을 받으면 집을 살 수 있는 고가의 전세가 많은 현실에서 언제까지 이들 세입자를 정부가 케어해야 하느냐는 논란의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